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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신문 자주 나오는 실업률, 체감실업률​


경제신문을 읽다보면 한두번은 잘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 있다. 바로 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이다. 분명 고용은 좋지 못하고 기업들이 취업문을 좁힌것 같은데 막상 실업률은 나쁘지 않다는 경제신문 기사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또 체감실업률은 높다고 코멘트를 달고 있으니 이게 고용시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도통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것이다.

통계에서 말하는 실업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을 갖춰야만 하는 걸까? 그 조건들을 살펴보면 실업률 통계가 실제보다 실업자 수를 줄여서 보여준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실업률

우리나라는 실업률을 구할 때 국제노동기구(ILO)가 사용하는 조건에 따라 실업자를 정의한다. 지난 1주 동안 일을 하지 않았고, 일이 주어지면 일을 할 수 있고,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해온 사람이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이 기준이 된다.

나름대로 타당해 보이는 조건이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될 때는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히는 취업준비생들이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실업자로 분류되기 위해선 조사기간 4주 동안 입사원서를 내거나 면접을 보는 등 취업을 위한 실제적인 구직 활동을 해야만 한다. 취업하고 싶다는 의사만 갖고 있어서는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취업준비생들이라고 매일같이 입사원서를 내는 것은 아니다. 채용 시즌이 되면 원서를 집중적으로 몰아서 내고, 채용 시즌이 끝나면 집이나 도서관, 학원 등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게 보통이다.​

1년에 한 번만 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경우에도 응시원서는 1년에 몇 차례만 제출할 뿐이다. 따라서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으로 통계를 계산하면 취업준비생,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들은 실업자 통계에서 아예 빠지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막상 경제 신문에서 보는 실업률 통계와 괴리가 발생한다.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인원은 60- 90만명 사이다. 분명 취업을 원하고 또 준비하고 있지만 지난 4주간 입사원서를 내지 않았거나 면접을 보지 않았다면 실제적인 구직 활동이 없었다는 이유로 통계에서 제외된다. 가령 2018년 5월에 집계한 공식적인 실업자 수가 112만 1천 명이니 비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68만여 명의 숫자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이들이 실업자로 잡히면 실업률은 껑충 치솟고 경제뉴스에서는 실업률이 치솟았다고 떠들어 대게 되는 것이다.

매년 공무원 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달이 되면 갑자기 실업률이 올라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평소에는 비경제활동인구에 잡히던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응시원서를 내는 기간이 되면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한 것으로 분류된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 사람 수만큼 통계상의 실업자가 늘어나 실업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공식적인 실업률과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실업률이 다른 이유는 또 있다. 보통 우리가 취업이라고 말할 때는 주 5일 이상 정기적으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갖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통계에서 말하는 취업자는 취업에 대한 사회 통념과는 크게 다르다.​

통계에서는 일주일에 1시간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한 사람이면 모두 취업자로 여긴다. 일주일에 1시간씩 4주 동안 단 4시간만 일했더라도 취업자로 분류된다. 이 역시 국제노동기구의 기준이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한달에 몇 시간 일하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졌다고 해서 '취업'을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통계청 확장 실업률 통계

산정 방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기존 실업률 통계가 현실의 실업자 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통계청은 일련의 비판을 받아들여 2018년 3월부터 확장 실업률이라는 새로운 통계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실업률 통계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잡아내기 위해서인데, 확장 실업률은 통계청이 내놓는 실업 관련 통계 중에서 실업자를 가장 폭넓게 정의하는 통계다.

기존 실업자 수에 4주 동안 36시간 미만으로 일하고 있지만 앞으로 주 5일 이상 출근하는 직장에 취업하길 원하는 인원을 더하고, 여기에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비경제 활동인구의 숫자까지 더해 산정한다.​

확장 실업률을 기준으로 들여다보면 한국의 고용 상황은 기존 통계보다 더 나빠진다. 2020년 5월 확장 실업률은 11.5%로 일반 실업률의 3배 가까이 된다. 만 15~29세 사이 청년 실업률도 마찬가지다. 청년실업률은 기존 통계로는 10.5%였지만 확장 실업률은 23.2%였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 등을 제외하고 실제로 취업할 의사가 있는 15~29세 청년 4명 중 1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계산하니 훨씬 현실에 가깝다.​

경제신문에서 이야기 하는 실업률 등 고용 시장을 다룬 통계를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때로는 통계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 때문에 이러한 속사정을 알고 뉴스를 이해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금융, 언론 등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일수록 통계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에 대해 항상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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