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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정부도 10% 배상해라


장갑차 후미등 약하고 호송차량 없어, 韓 정부, SOFA 협정 따라 일부 책임 져야

대법원이 3년 전 'SUV-미군 장갑차 추돌' 사건에 국가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스포츠유틸리티(SUV·맥스크루즈 차종) 차량이 빗길도로 제한속도인 48km 이하로 주행했더라도 제동거리 안에서 장갑차를 명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삼성화재가 대한민국(국가)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29일 확정했습니다.

앞서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항소심)는 국가가 삼성화재에게 약 2천484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 재판부는 "주한미군에 공무집행상 과실이 있다"며 "원심이 국가배상법상 과실,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 등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장갑차 추돌 사건은 2020년 8월 26일 오후 9시 30분쯤 경기 포천시에서 음주자가 운전한 SUV가 앞서 가던 미군 장갑차의 왼쪽 뒷부분을 시속 125km로 들이 받아 차에 타고 있던 4명이 모두 숨진 사고입니다. 빗길 제한 속도인 시속 48km보다 시속 77km 이상 빨랐습니다.

사고 원인은 만취 운전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3%로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두 배 이상 훌쩍 넘겼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규정상 있어야 하는 장갑차 앞뒤로 호위차량이 없었던 점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습니다.

차량 소유주 보험사였던 삼성화재는 사망한 동승자 2명(50대 부부)의 유족에 보험금 2억4천800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지급된 보험금의 30%인 약 7천454만원을 국가배상법, 한·미 협정(SOFA협정) 등 따라 국가가 내놔야 한다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SOFA 협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는 영토 안에서 미군의 행위로 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에 삼성화재 측은 자신들이 국가를 대신해 일단 배상금 일부를 낸 격이라며 그만큼의 돈을 국가에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미군의 주의의무 위반은 있었지만 사고와 적정한 인과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입니다.

당시 재판부는 "운전자가 혈중알콜농도 0.193%의 만취 상태로 운전이 현저히 곤란했다"며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보면 늦어도 사고 발생 9초 전에는 장갑차를 알아볼 수 있는데, 제동장치를 조작한 흔적이 전혀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하지만 항소심에선 달리 판단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심 재판부는 호위차량이 있었다면 이를 인식한 SUV가 미리 속도를 줄여 피해가 줄어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비록 장갑차의 후미등이 켜져 있었지만, 속도 위반 없이 달렸을 경우에도 제동거리 28.35m 밖에서 장갑차를 인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장갑차 운전자의 책임이 완전히 면책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차량 운전자에 90%, 국가에 10%만큼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삼성화재에 약 2천484만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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